선수이기 이전에 인간이 되기를.
2017년 7월 31일.
"먼저 인간이 돼라."
얼마전에 국내 한 재벌이 자식을 향해 이 말을 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참 인상깊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식이지만
인륜 도덕을 무시하고 오직 부모의 돈만 탐하는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긴 나머지 이런 개탄의 소리를 내질렀다는 것
이다.
"선수이기 이전에 인간이 돼라."
오늘 새벽에 끝난 배구 국제 그랑프리 시리즈 내내 내가 배구 선수 김연경을 향해서 한 혼잣말이다. 김 선수는 에이
스답게 공격도 잘하고 수비도 할만큼은 했다. 그러나, 이런 '잘하는' 일은 경기에 나서는 선수라면 누구나가 당연하
게 해야 되는 일이다. 오히려 선수가 못하면 문제가 될 뿐, 잘하는 선수를 크게 달리 볼일은 아니다. 그래서 김 선수
가 잘하는 공격이나 수비는 별로 달리 보이지도 않았다. 반대로 김 선수가 경기 진행도중 볼성사나운 자세를 보일때
마다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나는 이 선수가 오래 전 자신을 키워준 소속사와 한국배구협회를 상대로 지리하게
법적다툼을 벌일 때부터 별로 좋게 보지 않고 있다.)
▲ 김연경, 선수이기 이전에 인간이 되는 길을 먼저 찾아야.
김 선수는 경기 도중 무슨 이유에서인지 끊임없이 주변 동료에게 불평을 쏟아냈다. 심지어 자신이 공격을 실패하는
바람에 상대팀 선수가 블로킹을 해 내려오는 공을 잘 받아내지 않았다고 뒤에서 넘어져 있는 동료에게 불평을 퍼붇
는 못된 자세도 보였다.
김 선수는 작전 타임에 더 못된 행동을 보였다. 작전 타임에는 경기 진행도중 눈에 드러난 문제점을 감독이 모아서
대책을 지시하거나 새로운 공격·수비의 방향을 지시하는 아주 중요한 타임이니만큼 모든 선수는 무조건 이를 경청
하고 감독의 지시를 새기는 태도가 필요한데, 김 선수는 번번이 딴 곳으로 시선을 돌린채 감독의 말도 듣든둥 마는둥
했다. 그러다가는 감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자'의 소리를 질러댔다. 선수로서 아주 못된 자세라 아니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이전의 경기에서는 지고 있는 팀의 분발을 지시하는 감독의 독려에 '괜찮아, 괜찮아.' 고성을 질러대 중계방송
을 보고 있는 우리를 경악케 만든적도 있다.
이러한 김 선수, 결승전에서는 잘 했을까.
오늘 새벽 폴란드와의 결승에서 김 선수가 성공시킨 공격은 열 개를 겨우 넘었다. 공격 성공보다 공격 실패, 범실이
더 많았다. 심지어 마지막 3세트에서는 팀 동료들이 애써서 공격을 성공시켜 거의 승리의 문앞까지 도달시켰는데
마지막 순간 김 선수가 공격 실패, 범실로 패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경기란 이길 수도 있고 패할 수도 있다. 오늘 잘하다가 내일 못할 수도, 오늘 저조하다가 노력해서 후일에 좋
은 성적을 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선수가 경기를 잘하는 것 못지 않게 경기장에서 인간미를 보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