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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범호인가 -- 이범호가 버나디나보다 잘했나.

살며생각하며 2017. 10. 31. 13:32
2017년 10월 31일.

어제밤 막을 내린 한국프로야구의 한국시리즈 -
이 경기에서 기아타이거즈가 7대6으로 두산베이즈를 누름으로서 4승 1패를 거둬 최종 우승팀이 됐다. 타이거즈는
정규시즌에서도 우승을 해서 명실공히 올해 한국야구의 최고 팀으로 일컬어 손색이 없게 되었다. 대단한 기록이다.
경기 후에 이어진 Daily MVP에 이범호 선수가 선정됐다. 이 선수가 깜짝 한 방으로 만루홈런을 쳤기때문이다.
그 옆에서 시즌 내내 그리고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두드러진 기록을 올렸던 선수 로저 버나디나가 그 까만 눈동자
를 껌벅이며 무덤덤하게 서 있었다. 과련 이범호와 버나디나 둘 중에서 누가 더 경기에서 나은 성적을 올렸는가.



▲ 로저 버나디나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고도 MVP는 딴사람몫. 




버니디나는 스포츠 기자들 사이에서 이번 한국시리즈MVP로 선정될 것이라고들 말했다. 한국시리즈MVP는 스포
츠기자단이 투표로 결정하는데, 최종전에서 양현종 선수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버나디나 몫이었을 것이다. 
버나디나는 시리즈 5경기 내내 3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매 경기 안타를 때려냈다. 19타수 10안타 1홈런 7타점 타
율 0.526. 버나디나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기록이다. 출루율은 5할 5푼, 장타율은 0.789를 기록하며 1.34
라는 높은 수준의 OPS(출루율+장타율)도 기록했다. 최형우를 비롯 타이거즈 타자들 중 누구도 이보다 나은 기록을
낸 선수는 없다. 
시리즈 초반, 모든 타자들이 빈공에 시달릴 때 버나디나 홀로 분투했다. 1차전은 비록 패배했지만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3점포를 쏘아 올리며 추격을 시도했고, 2차전에서도 그는 볼넷과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지막 타
석에서는 희생번트로 김주찬의 결승 득점을 돕는데 일조했다. 3차전에서도 그의 불붙은 타격감은 2안타, 1타점으로
연결됐다. 4차전에서는 1회 초 시작과 함께 벼락같은 3루타로 1타점을 올리고 7회에도 적시타를 만들어내며 총 5타
수 3안타 2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마지막 5차전에서도 그는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타이거즈가 이번 시리즈에서 얻어낸 22득점 중 버나디나가 만들어 낸 점수는 7점. 타이거즈는 버나디나의 호타 속에
통합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범호는 어땠나. 이 선수는 5차전에서 홈런 한 개를 칠 때까지 시리즈 내내 단 한 개의 안타밖에
치지 못했다. 루상에 주자가 있을때는 물론이고 주자가 없을 때도 이렇다 하게 공격을 한 적이 없는 선수다.  이런
선수에게 김기태 감독은 (고액의 연봉이 아까워서) 계속해서 라인업에 까어넣었는데, 팬들의 원성이 자자한 것은 물
론이다. 20여차례 타석에 나서서 안타 한 개 친 선수가 어쩌다 홈런 하나 쳤다고 MVP자격을 주다니 - 참으로 기괴
한 경우라 아니할 수 없겠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버나디나에게 우리는 너무 냉정했던 것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 시리즈MVP는 양현종에게 준
다 하더라도 Daily MVP쯤은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수비도중 알까기로 유명한 선수 이범호보다는 자신
의 몸을 던져 공을 잡는 도중 부상을 입어 우승의 마지막 타석에 설 수 없었던 그에게 Daily MVP라도 수여했더라면
그의 아픈 다리가 조금은 덜 고통스러웠을 것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