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6일
어느 이른 저녁 광주 무등 경기장 인근의 작은 술집. 초라하
게 꾸며진 무대에서 한 낯익은 젊은여가수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가수는 이미자의 딸 정재은이었다. 당시 자기
어머니는 히트곡이 많아서 돈도 엄청나게 벌고 있었는데 딸
은 이런 초라한 무대에서이렇다 할 조명발도 없는 가운데 그
저 몇 곡의 노래나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어머니로부터
버려지다시피 하면서 이곳 저곳 전전하다가 그 후에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활동중이 라고 알려지고 있다.
그에 앞선 1970년 어느 날.
한참 인기가 치솟던 가수 이미자가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그
자리에서 당시 KBS 피디였던 김창수에게 공개 청혼을 한다.
당시에나 지금이나 좀처럼 보기드문 장면이다.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던 그녀--외모, 학벌, 가문 등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그녀가 가진 것이라고는 가수로 히트해서 번
돈과 일시적 인기 하나 밖에 없는데 참 배짱 하나는 좋은 것
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녀는 신분에 차이가 있는 김창수 피디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그런 이벤트를 마련했는지는 모르나 우리에게는 하
찮은 3류 딴따라 가수가 벌이는 세속적 몸 굴리기로만 보였다.
그녀의 첫 남편은 빚때문에 해외도피를 할 정도였는데, 그녀
는 그를 이혼이라는 절차로 차버리고 그의 빚은 모두 딸인 정
재은에게 떠넘기고는 정작 그런 딸에 대해서는 아예 인연을
끊고 철저히 외면해버렸다.
이게 가수 이미자가 걸어온 그녀의 '가정사'다. 어제밤, KBS는
이런 가수 이미자를 무대에 세워 정규 방송인 가요무대를 결
방하고 90분간 이미자 1인 특집으로 내보냈다. 방송사의 말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5월의 가정의 달 특집으로 마련한 것이라
한다. 특집으로 유명 가수 한 사람 독무대로 방송 계획을 짜는
것은 방송사의 자유이겠으나, 빚에 쪼달리던 남편을 이혼으로
차버리고 하나 있는 딸마저 버리다시피 한 후 철저히 외면해온
그런 가수를 가정의 달 특집 무대에 올리는 것은 아주 잘못된
기획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미자의 노래는 이제 더이상 국내 가요의 비중이 높지도 않다.
더구나 일주일에 단 한 차례 국내 전통 가요 가수들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특집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가정의 달
에 그다지 걸맞지도 않는 가수를 독점 출연하게 한 KBS는 가요
무대 시청자들로부터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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