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1일.
어제밤 EBS1 심야프로는 최민식 하정우등이 조폭으로 출연하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이 방영됐다. 3시간의 방영시간 내내 화면
가득히 담배연기를 채우고, 툭하면 상대방의 머리에 술병을 내리
쳐 피를 토하게 하고, 술집여자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시시덕거리
는가 하면 친척이라도 마음에 안들면 가차없이 끌어다가 발가벗
긴채 산속 흙구덩이에 집어던지고 흙을 덮어 죽인다고 협박을 일
삼는 - 이런 영화가 '범죄와의 전쟁'이다.
단순히 제목만 보면 검찰과 경찰이 범죄예방과 범죄추방을 위해
정책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내용일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법,폭력에 검찰 간부들까지 조폭들과 공생하며 범죄를 함께하
는 이런 영화가 '범죄와의 전쟁'이다. 이런 조폭 영화를 심야에,
그것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방송 EBS가 방영하는 이유
는 뭔가.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EBS가 전적으로 자녀들의 수험준비
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방송만 하는 것으로 착각할 것이다. 물론 이
방송의 설립 취지는 그런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밤 심
야의 조폭영화 상영에서 보듯 지금의 EBS의 행태는 이러한 취지
를 완전히 벗어났다. 방송 광고를 많이 따내기 위해 방송 시간을
길게 잡다보니 그 시간을 교육 관련 컨텐츠로 전부 채울 수 없어
선정적 내용이 담긴 드라마, 영화, 연예물을 마구잡이식으로 방
송에 담아넣고 있다.
수능대비를 빙자해서 학생들을 상대로 교재 팔아먹기 위한 상술
도 대단한 수준에 올라있다. 교육을 빙자한 특혜와 각종 지원을
얻어내 채널도 수없이 늘여가고 있다. 가히 방송분야의 공룡으로
변태하고 있는 모습이다.
촛불로 잉태한 새로운 정부가 적폐를 청산하려면 우선 이런 못된
분야부터 정리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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