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있는 풍경

이명박/정호영을 주인공으로 한 짧은 소설 한 편.

살며생각하며 2018. 2. 6. 14:01

2018년 2월 6일.


오늘은 이명박/정호영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짧은 소설 한편을 써보겠다.



    2008년 1월의 날씨는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눈 아니면 진눈개비

  가 흩날릴 것 같은 우중충한 색깔을 하고 있었고 찬 바람이 유리창 앞에 선 정원수의 몇 안되는

  잎사귀들을 귀찮을만큼 흔들어대고 있었다. 

    잠시 호텔 창문너머의 하늘을 바라보며 골돌한 상념 속에 빠져 있던 이명박이 다시 제 모습으

  로 돌아온 듯 고개를 돌려 식탁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정호영을 바라봤다. 정호영은 그 툭유의 커

  다란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며 이명박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정호영과 눈이 마

  주치자 이명박이 입을 열었다. 







   "정 특검, 혹시 태평양 로펌에 아랍어를 전공한 사람이 있소?  아니면 중동지역 고객을 상대로

   법률 자문을 해주는 담당자라도…"

   "무슨 법률 자문을 구하실 일이라도?"

   "있지. 내가 대통령 당선자로서 곧 대통령 직에 취임을 할텐데, 취임하자마자 두 가지 일을 제

   일 우선으로 추진하려고 생각중이오. 하나는 미국 소고기 수입개방 - 이건 내가 미육우수출조

   합과 부시에 신세진 일이 있어서 그 보답으로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선거공약으로 내

   건 자원외교의 하나로 중동지역에 원전 수출을 하려 하는 것 - 이렇게 두 가지요."

   "중동지역 원전수출에 어떤 법률 자문이 필요하신가요."

   "계약에 관련된 사항은 국정원과 한전에서 맡아 할 일인데 이에 대해 혹시 자문이 필요하면 태  

    평양측에 도움을 받으라고 할 것이고, 그보다 중요한 사항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법률자문이

    라기보다 이권에 관련된 것이오. 이것을 맡으면 아마도 태평양측에 최소한 600억원 이상의 커

    미션이 갈 것으로 예측되는데."

   "네? 600억원이요?"

   "뭘 그리 놀라시오. 대형 로펌의 주인공답잖게."

   "그런데 그에 관련해서 저희가 할 일은 뭔가요?"

   "지금 발주처가 하나 있는데, 그 나라의 왕세제가 내가 전에 현대건설의 중동지역 사업을 할때

    친해진 친구요. 그 친구가 나더러 자기 나라의 원전 건설 입찰에 참여하라는 거요. 그러면서

   그 친구 하는 말이 이 원전의 규모는 우리돈으로 약 5조원을 조금 넘는 규모인데, 영국이 여러

   방향에서 로비를 해오고 있고 자기가 제일 싫어하는 다른 왕세자녀석이 그 영국업체를 밀고 있

   다는거야. 그러면서 자기가 나를 적극 밀어줄터이니 한번 나서보라는거지. 몇 가지 이면계약조

   건을 나한테 들이미는데, 좀 어렵긴 하더구만. 그러나 내가 누구요.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했

   지않소. 그러니 이런 것을 하나쯤 잡아와야지. 그래서 말인데, 내가 이면계약 조건 중 하나로 

   그 나라에 장기저리로 파이낸싱을 해주려고 해요. 수출입은행을 이용하는거지."

   이명박은 잠시 말을 중단하고 식탁 위의 물컵에 손을 가져갔다.

   "이거 내가 특검 수사받으러 왔다가 정 특검과 딜을 하려고 하니 입이 다 마르는구만."

   이명박은 컵에 있는 물을 훌훌 들이켰다. 정호영이 얼른 물병을 들어서 이명박의 빈 컵에 물을

   가득 채워줬다. 그리고는 '어서 남은 말을 마저 하시지…'라고 눈으로 독촉을 해댔다. 

   "수은을 이용해서 전체금액의 반을 30년 장기 파이낸싱으로 제공하고 원전을 수주하려 해요.

   반이면 3조원 가까운 금액이오. 이 금액을 태평양이 주관해서 수은과 발주자간 파이낸싱 계약

   을 체결할 수 있게 추진해주면 좋겠소."

   "아, 그런 일이라면 저희가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 저희의 PF팀이 이런 일에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 팀에는 현재 정의종 변호사, 이은아 미국변호사(뉴욕주), 박민경 변호사

   가 키-멤버들이고 여기에 보조인원이 20명 정도로 아주 탄탄한 인적구성으로 돼 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한 번 도와주시오. 내가 믿어보겠소"

   "네. 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오늘 만남이 매우 유익한 만남이네. 어느새 내 BBK문제는 잊어버리고 말았네그랴."

   "염려마십시오. 그까짓것 제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네. 그래요. 자. 이제 마음 놓고 꼬리곰탕이나 즐겨봅시다. 헤헤."

   "네. 히히." 

   그들은 마냥 즐거웠다.

   창밖에는 삭풍이 휘잉하고 불어대고 있었다.

 


* 정호영 전BBK특검이 고문으로 있는 로펌 태평양은 2009년에 UAE원전 계약과정에 프로젝트파이낸

  싱 분야 자문을 해서 수은과 UAE간 3조원의 파이낸싱을 성사시켰다. 이 성과로 태평양 PF팀은 직년

  에 미국 법률 전문지인 아메리칸 로이어(The American Lawyer)로부터 '올해의 중동지역 글로벌 파

  이낸스 딜(Global Finance Deal of the Year: Projects (Middle East))’부문 상을 수상했다.

  의문점은 이 자문이 정호영의 BBK특검 결과로 얻은 특혜아닌지 하는 것과 자문료는 이명박에게 얼마

  가 건네졌는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