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의 가을은 하늘거리는 들꽃과, 들꽃 위에 내리는 따스한 햇살, 그리고 구불구불 산길을 더듬어
찾아간 나그네에게 가을엔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는 최 백호의 애타는 노래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하이디 하우스
가을빛을 듬뿍 안고 하이디 마당에 들어서자 바로 눈에 띈 것은 마당 한 복판에 하얗고 가녀린 얼굴을
하고 넓게 퍼져 앉은 메밀꽃이었다. 단아한 모습은 정숙한 여인과도 같고, 새하얀 얼굴은 창백해서 애
잔하기 이를데 없었다.
이 애잔한 여인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동안 함께 온 사람이 옆에서 혼잣말을 한다.
‘옛날 처녀 적에 남자 친구와 와본 적이 있어요. 너무 좋았어요.’
나는 시선은 그대로 둔 채 그냥 한 마디 했다.
마음을 열기 아주 좋은 분위기지요?
네, 그러나 그 남자는 마음을 열지 않더군요.
저런!
나는 그 남자의 감정이 좀 무디지나 않았나하고 생각했다.
‘아니면, 사랑이 덜 익었었거나.’
어쩌면 이쪽이 남자의 프러포즈를 받아줄 준비가 덜 돼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우리는 산장의 주인한테 하이디의 전설을 듣고 싶어서 그 사람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주인은
26년간을 이곳에서 하이디를 품에 안고 세월을 보낸 사람이다.
그는 이곳에서 가수들과 어울려 노래판을 벌이고, 젊은이들과 어울려 모닥불 파티를 즐기고 때로는
시인들, 정치인들과 어울려 담론을 즐기며 그간의 세월을 보내왔다.
이제 그는 이곳에서 가슴 쓰라림을 안은 채 하이디를 떠나 서해 바닷가를 향해서 훌훌 길 떠날 채비
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주인은 자주 창밖을 내다보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 동안 긴긴 날을 이곳에서 보내, 정이 들 대로 들어서…….
여기를 떠나기가 아쉬워서…….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고 우리가 자리를 떠야 할 때가 왔다.
우리는 하이디 주인과 메밀꽃 여인을 그 자리에 남겨둔 채 아쉬운 작별을 고해야 했다.
가을엔 떠나지 말라는 최 백호의 노래를 뿌리치고서 우리는 하이디 산장을 나섰다.
마당에서 우리는 이별이 아쉬운 듯 잠시 메밀꽃 주변에서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끝내 안녕! 이라고 말했다.
▲최 백호
최 백호는
데뷔 1977년 노래 '내마음 갈곳을 잃어'
학력 가야고등학교
최 백호는 경상남도 동래에서 태어났다. 가야고등학교 졸업 후 군복무를 하고 1976년 제대 후 부산
음악살롱 무대를 전전하던 중 상경하여 가수활동을 시작했다. 데뷔곡은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1980년 당시 국민배우 김자옥과 결혼하였고 <영일만 친구>라는 곡으로 TBC 방송가요대상 남자
가수상을 수상하였다. 1983년에는 <고독>이라는 곡으로 MBC 10대 가수상, KBS가요대상 남자
가수상을 수상하여 정상에 올랐다. 이 해에 김자옥과 이혼했다.
1984년 재혼한 후 1989년 미국으로 이민, 미국 로스엔젤리스에서 한인방송 라디오코리아 DJ로
활동하며 지냈다. 그 후 다시 귀국,1995년 <낭만에 대하여>라는 곡을 발표했다.
▲최 백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낙엽지면 서러움이 더해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눈길을 걸으며 눈길을 걸으며 옛 일을
잊으리라
거리엔 어둠이 내리고 안개 속에 가로등 하나
비라도 우울히 내려 버리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거리엔 어둠이 내리고 안개 속에 가로등 하나
비라도 우울히 내려 버리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하얀 겨울에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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