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있는 풍경

전유성이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이겠다는데.

살며생각하며 2019. 4. 8. 14:02


      2019년 4월 8일.


     "내가 미령이와 함께 살 때 '부부십계명' 제 1조로 '술 먹는

     거 갖고 서로 시비걸지 말자, 그대신 아침에 웩웩대는오리

     소리는 내지말자.'고 했는데 미령이는 나더러 '왜 술 먹고

     오는 날엔 아예 변기를 끼고 사냐.'라고 놀렸다. 웨액웨엑"

     만약 개그맨 전유성이 코미디 공연장에서 이런 코미디를

     한다면 관객은 웃을까. 불쾌감에 얼굴 찡그릴까. 


     올해로 데뷔 50주년이된다는 개그맨 전유성이 동료 개그맨

▲ 아이돌 공연장인가 - 미국에서는 스탠드업 코미디도 이정도다.      들과 함께 다음달부터 3개 도시 투어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이번 투어기간 동안 전유성은 '스탠드업 코미디'를 할 계획

이라고 한다.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 주제로 두 종류를 준비

했는데 하나는 20분짜리, 하나는 30분짜리- 둘 중 하나는

오로지 술에 관한 얘기로만 채울 계획이라고 한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코미디의 주인공이 혼자서 무대에 서서

마이크 하나만 들고 말로써 관객을 웃기는 코미디'형식이다.

원래 코미디언(Comedian)은 이런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뜻

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의 키포인트는 마이크 하나와 주인공

의 입담만 가지고 관중을 휘어잡아야 한다는 것. 그만큼 재

밌는 농담과 뛰어난 전달력 그리고 순간적인 순발력이 필요

한 탓에 일반 강연보다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 이렇게 성공

하기가 힘든 분야지만 서구권에서는 한번 성공하면 그만큼

들어오는 수입이 엄청나다.  포브스에서 조사한 2016년 한

코미디언 수입 1위가 미국의 케빈 하트였는데, 1년간 수

입이 무려 8,750만 달러, 한화로 1,000억원 이상의 수입을

벌어들였을 정도다.

스탠드업 코미디의 주제는 (일단) 객석에 웃을을 주는 내용

이어야 한다. 그러나 (풍자와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보장되

는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제약이 따른다. 특히

인종문제, 살인, 강간, 외모, 사상문제, 소아성애, 동성애 등

에는 제약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스탠드업 코미디의 어려움은 코미디언

이 지속적으로 관객들을 웃겨야하는데 여간해서는 사람들

이 잘 웃지않는 특성이 있어서 문제다. 외국의 블랙 코미디

는 관중을 다룰 수 있는 코미디언이면 말이 조금 끊겨도 계

속 웃는 관중에 분위기가 오히려 달아오른다. 끝나는 내내

웃음소리가 멈추지않는다. 우리나라의 스탠드업 코미디는 

TV방송이 본격화된 시점인 1980년대에 잠시 유행됐었다.

  이 시기에 김병조,주병진,김형곤 등이 주인공들이다. 그들

  은 당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었고 풍자가 폭넓게 보

  장되지않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전유성은 사실 코미디언과 개그맨 중간쯤에 있는 사람이다.

그가 처음 데뷔를 한 때는 심형래 등 전통 코미디언들이 아

직 코미디의 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조금후

부터 '코미디'는 퇴락하고 그 자리를 최향락, 김미화 등 '개

그맨' 명칭을 가진 사람들이 차지하면서 시장이 변화의 길

로 들어섰다. 일각에서는 국내 코미디계에 '개그맨'의 용어

를 도입한 사람이 바로 전유성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전

유성은 코미디와 개그의 중간에 어정쩡하게 걸쳐있다. 이번

에 그가 '코미디'라는 분야로 기울어져서 '스탠드업 코미디'

를 선보인다고 하니 개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