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3일.
미 프로야구에는 무승부라는 규정은 없다. 15인닝이든
20인닝이든 승부가 날 때까지 경기는 계속된다. 선수나
관중에게나 참 피곤한 경기가 된다. 피곤할 뿐만 아니라
진팀에게는 적잖은 데미지를 준다. 그렇다고 이긴 팀에
게 큰 기쁨이나 보람을 안겨주는 일이 아니다. 엊그제
다저스의 경우 더이상 투입할 타자가 없자 전 날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6인닝 투구를 해서 피곤해 있던 류현진을
대타로 타석에 내보낸 경우도 있었다. 그런 상황도 이겨
내야하는 감독으로서는 심적부담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
다.
우리의 경우 12회까지 승부가 안나면 그냥 서로 손을
툭툭 털고 "우리 그만 끝내자."라고 하면서 악수를 하
고 경기장을 떠난다. 경기에서 이기지못했는데도 얼굴
에 웃음기를 띠는 이유는 지지않았다는 안도감때문이
다. 서로 상대팀에게 지지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중요한 선발투수는 말할 것도 없고 아껴둔 마무리 투
수까지 모두 소진했는데도 만약 연장전에서 패배를 한
다면 데미지는 엄청 크게 된다.
어제(12일) 밤 광주챔피언스필드 경기장에서 있었던
기아타이거즈대 SK와이번즈경기는 양팀이 12회까지
일진일퇴 혈투를 펼친끝에 4대4 무승부로마무리됐다.
이 경기가 무승부로 마무리 되자 가장 기쁨을 만끽한
선수는 와이번즈의 최정 선수다. 그는 연장전에서 타
이거즈팀이 득점 찬스에 있을 때마다 타석에 있는 선
수의 타격을 보지 않으려고 등을 돌려앉아서 마음을
졸였다. 만약 안타로 점수를 내 주고 그것이 승리타
점이 된다면 자신은 '역적'소리를 들을 것이기때문이
다. 그는 팀이 앞서던 경기의 수비에서 실수를 범해
동점을 만들어주고 연장전까지 가게 만든 장본인이
다. 그러나 다행히 팀이 패배까지는 당하지않았기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기쁨을 만끽하게 된 것이다.
KBO룰에 따르면 무승부도 승률계산에 반영이 된다.
(승률계산에서 무승부숫자만큼 경기수에서 제한다.)
그래서 이 무승부 가록이 포스트시즌 진출팀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작용한다. 결국 연장전 혈투에서 패배
하지 않아서 기쁘고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 도움을
받아서 또 한 번 기쁨을 맛보는 - 1승보다 더 큰 행
복을 주는 매직이다. 더 멋진 것은 이것이 경기를 벌
인 양팀 모두에게 공평하게 행복을 나눠준다는 점이
다. 양팀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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