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있는 풍경

바둑 고수에게 묻고 싶은 것.

살며생각하며 2016. 3. 14. 15:53

2016년 3월 14일.

요 며칠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 바둑기사 이 세돌간의 바둑 대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어제까지 네 번의 대국이 있었는데 세 번은 알파고가 한 번은 이 세돌이 이겨 3승 1패가 되고

내일 다섯 번째 대국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인간과 컴퓨터간의 대결이라 새로운 관심거리로 등장해서 신문도 방송도 온통 이에 대한 보도

로 난리다.

 

 

 

 

▲ 프로 기사 이 세돌의 대국--바둑 고수다운 대국과 기품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대국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바둑에 문외한인 나로서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인데, 가장 큰 의문은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

최고의 기사라는 이 세돌, 바둑 두는 일이 그의 일상 일이고 그동안 수백 수천 번의 대국 기

보가 그의 머릿 속에 담아져 있을 것이므로 어떤 대국에서 상대방이 바둑 돌을 어느 위치에

놓는 순간, (1) 나는 전에 이런 형태의 바둑을 둔 적이 있어, 그 때 나는 이렇게 응수를 해서

이겼어 하고 금세 그 기억이 되살아 나서 즉시 대응을 할 수 있을 터이다. 아니 그렇게 해야

진짜 기성일 것이다. (2) 아, 이런 위치에 돌을 놓는 것은 상대가 무엇을 노리고, 내게 무슨

대응을 하게 하려고 하는구나 하고 금세 알아차리고서 즉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3) 상

대가 '이런 포석을 하리라'고 미리 예측을 하고 있다가 즉시 즉시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세돌은 전혀 이와 달랐다.

알파고가 특별한 돌을 놓는 것도 아닌데 이 세돌은 얼어 붙어가지고 '아이고 이건 신의 수

이니 신이 놓은 바둑돌 좀 잘 구경해 봐야지.' 하는 듯 그 돌만 바라보며 무한정 시간을 보내

고 있었다.

우리가 볼 때 과연 이 세돌의 머리에는 그동안 대국에서 무슨 기록을 어릿 속에 담아 두었

는지 도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바람에 나중에는 초읽기에 몰려가지고 1분에 한 점씩을 두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까지 몰

렸다.  이게 과연 바둑의 고수다운 일인가.

 

제 4국의 경우에도 역시 이 세돌은 초읽기에 몰렸다.

알파고가 중간 정도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지고 말았지만 그 실수 (해설자

는 알파고에 버그가 발생한 모양이라고 놀랄 정도로) 가 아니었다면 이 대국도 이 세돌의

패배로 끝났을 바둑이었다. (알파고의 실수 직전 어느 바둑 해설자는 이 세돌의 열세를 예

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국이 끝난 뒤에도 찜찜했던 이 세돌은 그토록 빈틈이 없던 알파

가 왜 이런 어이없는 바둑을 둔 것인지 다시 복기를 할 정도 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문은 이 세돌이 왜 그렇게 자신이 없이 대국을 하느냐다.

대국 전에는 5승 전승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에 충만해 있더니 어느 순간 슬그머니 전승은

어렵겠다고 물러서더니 지금 대국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감이 전혀 없이 손을 머리에 얹었

다 바둑돌 용기에다 올려놨다 손등 위에 올려놨다 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전혀 자신

없는 대국 자세다.  바둑에 문외한인 우리가 봐선 이건 바둑 고수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 

바둑 고수라면 의연한 자세를 갖추고 정좌를 하고 '지더라도 의연하게 질것이다'라는 그런

인상을 풍겨야지 이건 마치 길거리의 허접스런 내기 바둑꾼들의 자세 그 이상도 아니고 이

하도 아니다. 

이렇게 하면 결국 한국 바둑의 품격만 떨어뜨리는 악수 기사의 오명을 남기게 되고 말 것

다.